패션/브랜드 , 인물 고찰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넘버나인 [number (n)ine]과 더 솔로이스트 [The Soloist] / 키미노리 나카무라의 올드파크 [Old park]

제리슬리먼 2023. 6. 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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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디자이너 타카히로 미야시타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넘버나인과 더 솔로이스트는 내가 동경하는 수많은 의류 브랜드 중 하나다.

몇 가지의 제품을 입어본 적이 있는데, ( 사실 그냥 몇 개를 걸쳐봤다고 해야겠다.. )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브랜드에는 기존의 옷에서 나올 수 없는 독보적인 감성이 있다.

예전에 일본에 놀러 갔을 때 어느 빈티지샵을 들렀다.

그곳의 직원님인지, 사장님인지, 아무튼 미키마우스 후드를 굉장히 힙하게 입고 계셨다.

난 개인적으로 내가 입은 착장에 "귀여운 요소"를 포함 시키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근데 저 미키마우스만큼은 뭔가... 뭔가가 달랐다.

자꾸만 사장님이 입고 계신 옷에 눈이 갔고, 우물쭈물하다가 지금 입고 계신 옷이 어디 거냐고 물어보니 "넘버나인" 제품이라 더라.

 
 
 
 

미키마우스는 넘버나인 말고 솔로이스트에서도 계속 나온다.

마침 그 매장에도 넘버나인 제품을 다루고 있어서 구경하고 있었다.

근데 사장님이 자꾸만 넘버나인이 아닌 "솔로이스트" 제품을 같이 보여주셨고,

그때는 말도 잘 안 통해서 왜 그랬는지도 모르고, 그냥 몸에 대보기도 하고, 마음에 들면 입어도 봤다.

난 평소 스타일에 대해서 편식을 안 하는 편이다.

내 마음에 들면 그게 뭐가 됐든 간에 일단 입고, '뭐! 나름대로 괜찮네~' 하면서 자기합리화를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소화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얼굴과 몸이 따로 노는 느낌이랄까나..

그냥 직설적으로 말해서, “넘버나인”과 “솔로이스트”는 나랑 진짜 안 어울렸다.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는 경험으로 남아있긴 하다.

 
 
 
 

아무튼 그렇게 일본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날 밤, 누워서 넘버나인에 대해서 검색했다.

나랑 안 어울리던 것과 별개로 옷이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는 “타카히로 미야시타” 라는 사람이었고, 현재는 “넘버나인”에서 벗어나 “더 솔로이스트” 라는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었다.

아.. 그래서 그 빈티지샵 사장님께서 자꾸만 “솔로이스트”를 보여주셨구나.. 싶었고,

더 관심 있게 둘러볼걸. 싶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죄가 맞기도 하다..

타카히로 미야시타가 "넘버나인"을 떠난 이유도 폼 났다.

넘버나인은 서브컬처를 테마로 시작해서 승승장구하는 메이저 브랜드가 되었지만, 브랜드의 규모가 커져가며 투자자가 붙고, 그들의 푸쉬도 강해지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성장하는 브랜드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곳에서 과감히 빠져나와 “더 솔로이스트” 라는 브랜드로 돌아왔다고 한다.

아 물론 그 중간에 금전적인 문제도 껴있었다고는 한다.

뭐가 되었든, 본인의 재능을 객관적으로 잘 알고 있는 것도, 박수 칠 때 떠나는 자신감도 대단하다.

내가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두 브랜드의 의류를 보며 느낀 점은,

지지했다. 어.. 더러웠다.. 아니 제품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공들여서 만든 그런 의도된 더러움이었다. 굉장히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강하다.

 
 
 
 

근데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너바나"의 광팬이더라. 우리가 "커트코베인"을 생각하면 뭐가 떠오르나?

그런지 락과 구멍 송송 데미지투성이의 낡은 옷, 신발 이지 않을까?

타카히로 미야시타도 락과 펑크 문화에 길들어진 디자이너였다.

 
 
 
 

커트코베인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그런지 감성

나는 락음악을 자주. 그리고 다양하게 듣는 편은 아니다.

근데 옛날부터 그들의 분위기에 자꾸만 끌리나 보다.

에디 슬리먼의 패션도 그렇고 락밴드는 잘 알지도 못하지만 밴드티만 보면 침이 질질 나오기도 한다.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의류를 살펴보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옷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넘버나인의 총알 데님은 사격장에 옷을 걸어두고 총으로 직접 사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허허..

아 그런데, 굳이 그의 패션 가치관에 대해서 딥하게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단순하게 미적인 면으로만 봐도 너무 훌륭하지 않나?

 
 
 
 

“타카히로 미야시타”는 원래 콜라보나 협업을 "남발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것에 덧붙여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하게 있어서 다른 디자이너와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잘 없다고 한다. 그래도 친한 친구로 잘 알려진 사람으로는 언더커버의 “준타카하시”가 있다.

하지만 서로 일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시즌 준비하는 것에 대해 조언을 구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타카히로 미야시타와 준타카하시

준 타카하시 말고도 “키미노리 나카무라” 라는 사람이 있다.

키미노리 나카무라는 “올드파크(oldpark)” 라는 브랜드의 디자이너다.

 
 
 
 

(왼쪽)키미노리 나카무라와 타카히로 미야시타, (오른쪽) 올드파크의 키미노리 나카무라 (출처 : 아이즈 매거진)

올드파크는 빈티지 의류를 잘라내고, 다시 결합하는 소위 빈티지 리메이크 브랜드라고 불리는 데,

제품을 살펴보면 넘버나인의 영향을 받은 브랜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듣기로는 솔로이스트의 데님도 키미노리씨가 맡는다고 하던데, 혹시 잘못된 정보라면 정정해 주십시오.

아무튼 올드 파크라는 브랜드도 아주 멋있다.

올드 파크는 국내 몇몇 편집 샵에 입점 되어 있으니 한번 입어보시라.

나도 스컬프 매장에서 처음으로 올드 파크 제품을 실물로 볼 수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괜찮았다.

난 그 안에서도 "슬릿 진"이 가장 궁금했었는데, 간 김에 입어봤었다. 가격이 많이 세서 바로 구매는 못했지만, 이후에 좋은 매물을 발견해서 잘 입고 다녔다.

 
 
 
 

(왼쪽) 브랜드 탭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은 올드파크 시그니쳐, / (가운데, 오른쪽) 올드파크의 슬릿진

올드 파크 안에는 빈티지 리바이스를 리폼해서 만든 다양한 모양의 데님 류가 있는데,

슬릿진은 그 라인들 중 하나다. 슬릿진의 포인트는 바지 밑단의 절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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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빈티지 리메이크 의류를 입어보면서 고질적인 문제점을 몇 가지 느꼈는데,

우선은 사이즈 선택이 어렵다. 이건 그냥 입어보고 사는 게 정답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성복들도 개체 차이가 종종 있는데, 리폼 의류는 어떻겠나?

사실 색깔, 패턴, 모양만 같은 옷이지, 같은 사이즈로 표기되어 있어도 "얘" 다르고 "쟤" 다른 옷이다.

그리고 다른 문제점은, 세탁이 진짜 진짜 부담스럽다.

아무래도 옷이 해체되고 결합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봉제되는 부분이 생기고, 그만큼 옷에 봉제선이 많아진다. 세탁을 하면 그곳에 주름이 생기게 된다. 근데 그래도 봉제된 부분은 양반이다.

끝부분이 커팅 되고 마감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절개된 날 것의 형태를 띠고 있다.

세탁을 하면 그런 부분이 말려 올라가 버린다.

뭐 조심히 손세탁을 하면 되긴 하는데, 세탁기에 길들어진 게으른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잘 입고 다니다가 잘 처분했다..

글을 마치며,,

본문 작성을 위해 자료조사를 하던 중,

넘버나인, 솔로이스트 매니아 권순환님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그 분에 의하면 본인은 천피스 이상(옷, 악세사리 포함)을 모았다고 하시는데 정말 대단하시고,

그 천 피스를 넘게 만들어낸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노련함과 마르지 않는 천재성도 굉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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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 나인” , “더 솔로이스트” , “올드 파크”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모두 특유의 포스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거시기한 뭔가가 확실히 있다..

이 부분은 여러분이 직접 경험해 보면 좋겠다.

넘버 나인과 솔로이스트가 추구하는 감성이 나에게는 그다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아쉽긴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브랜드다.

최애까지는 아니어도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는 브랜드고, 앞으로도 관심을 놓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넘버 나인의 버팔로 셔츠만큼은 꼭 갖고 싶다...

그럼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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